최근에 발견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2
이 편지는 루이스가 마지막으로 입수한 편지 이후 우연히 발견된 것입니다. 내용으로 보아 당시와는 얼마의 시간차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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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웜우드
환자가
완전히 원수에게 헌신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아예 발을 빼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애써서 원수에게서 떼어 내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방향만 살짝 바꾸어 주면 되니까.
원수를
믿되 보험들듯이 믿도록 하는거야. 요즘이야 널리고 널린 게 보험이고 대개는 보험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으니 만큼 ‘그래 보험들었다 치고 한
번 믿어보자’라는 생각만 넣어주면 된다.
신앙생활이라는
것은 보험료를 매달 내듯이 무언가 종교적 행위들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고 보험이 큰일을 당했을 때는 큰 효력을 발휘하며 평상시에도 안심하며 살
수 있고 사회전체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내는 것처럼 신앙생활도 적어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거지. 지금은 좀 귀찮아도 신에게 잘
보여놓으면 큰일 닥치는걸 모면할 수 있고 적어도 교회에서 사기치라거나 남을 미워하라고 가르치지는 않으니까...라는 식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보험,
생각할수록 쓸 만한 단어란 말이야. (아! 좀 유용성이 떨어지긴 해도 ‘낙하산’이라는 기가 막힌 단어도 있다.)
그러니까
보험은 나중을 위해서 들어놓는 게 아니냐. 마찬가지로 너는 보험이라는 단어를 매개로 신앙생활도 ‘나중을 위해서’라고 조심스럽게 연결시켜 놓아라.
(그 나중이 천국이 되었건 뭐가 되었건 상관없다.) 이건 환자들로 하여금 현재에서 눈을 돌려 미래를 보게 하는 건데, 전에 내가 얘기했던 것처럼
지네들이 가진 것이라곤 오로지 현재, 그것도 ‘지금’이라고 부르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는 찰나의 순간밖에 없는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것이
아닌 허상을 추구하게 만드는 거다. 1초후에 무슨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들이 ‘나중’이라니.
결국
이건 다 매순간 원수를 선택할 것인가 자아를 선택할 것인가의 극명한 상황에 처한 환자로 하여금 선택을 미루게 하는 건데-물론 환자의 생각에-
미루었다는 건 바로 자아를 선택했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다.
이런
상태는, 우리가 지향하는 바, ‘믿고 있다고 믿는’ 아주 바람직한 상황을 연출해 내지.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석한다는 것(그러니까 성실히 보험료를
낸다는 것)이 어느새 ‘믿는다’는 단어로 바뀌어 버리는 거다. 인간중에 꽤나 이름을 날리는 소크라테스라는 작자가 말한 ‘무지의 지’를 감출 수
있는게다. 자신이 믿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 인식해도 양상은 달라지지.
웜우드.
명심해라. 무엇이든 명확해 지는 건 우리에게 치명타다. 안개, 소음, 선택의 유보같은 단어들과 친숙해지도록.
원수는
좁은 길로 가라 했지만 우리는 넓은 길로 인도한다. 그것도 안개 낀 넓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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